공화주의

다수결을 의미하는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의 기록에도 언급되어 있을 만큼 역사가 오래된 정치 제도입니다. 따라서 그 단점 또한 일찍이 고민되고 발견되었는데, 공동체를 평균적으로 불행하게 하면서까지 개인의 단기적 이득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민주주의는 곧 공동체를 몰락으로 이끄는 정치 체제임을 의미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부의 욕심으로 공동체가 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의 공동체들은 '공화정'이라는 정치 시스템을 발명했습니다. 다양한 정치 제도를 실험했던 당시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한 명의 지도자가 이끄는 군주정, 소수의 귀족이 이끄는 귀족정,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정 모두 나름의 부패를 초래하여 공동체를 몰락시킨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하여 세 가지 정치 체제가 혼합된 혼합정을 발명했으며, 이러한 전통은 시대에 맞게 변형되어 '공화주의'나 '삼권분립' 등의 이름으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현대의 공화국에서 입법부는 가장 보편적인 국민을 대표하며 법률의 제정이나 수정을 담당합니다. 과거의 귀족정과 비교되는 사법부에서는 전문적인 지식인들이 입법부에서 정해진 법을 해석하고 판결에 적용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행정부는 과거의 군주정과 닮은 기관으로, 한 명의 지도자를 중심으로 법에서 규정하는 정부의 역할을 현실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행정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부패를 막는다는 공화정의 목적을 지키기 위해 이 세 권력 집단은 평등하게 권력을 나누어 갖고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며, 그 견제 방식은 헌법이나 법률을 통해 약속되어 있습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또한 헌법적으로 민주주의에 기반한 공화주의를 추구하는 ‘민주공화국’입니다. 이는 우리가 모든 것을 민주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지만 특정 집단에 권력을 집중시키지도 않음으로써 거대 권력의 횡포를 예방함과 동시에, 민주주의의 최대 약점인 중우정치와 포퓰리즘을 피하기 위해 양심적으로 노력하자는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약속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